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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subject  :  불황 10년 / 우석훈 / 새로운 현재
최근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이틀에 한권꼴로는 읽는 것 같은데 딱히 정리를 해놓지 않으니 아쉬움이 든다. 하여 가족들이 잠든 새벽녘에 독후감 아닌 독후감을 쓰고 있다.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또는 우리회사의 미래는? 결국 궁극적으로 나의 경제적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회사에서 이런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클럽을 만들었다. 매주 한번씩 모임을 갖는데, 지난 주에는 내가 발표를 하게 되었다. 내 발표 주제는 앞으로의 부동산 전망이었다. 각종 데이터를 긁어모으다가 문득 발견하게 된 것은 다름아닌 인덱스의 허망함이었다.

대학시절 경제학원론을 배우며 느꼈던 그 허망함을 참으로 오랜만에 경험한 것이다. 소비자 물가지수부터 GDP나 부동산에 나오는 PRI같은 지수들은 경제학 분석의 가장 기본적 도구들 중 하나지만, 그 어느 하나도 의도된 통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그 지수로 부터 아주 미약한 어떤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자의적이며, 또 한편으론 지나치게 엉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수란게 일단 나오면, 사람들은 그것이 통계와 숫자라는 환영에 둘러싸여 이것을 진실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과연 그럴까? 복잡계이론에서는 작은 악마란 개념이 있다. 이는 초기환경의 민감성을 뜻하는데, 나비의 날갯짓 같은 것이 그 보편적인 한 예다. 초기조건의 아주 미미한 차이가 결론 부분에 이르러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이 이 개념의 핵심. 자의적인 인덱스로 부터 출발한 논의가 정상적 결론을 얻기 힘든이유도 그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보수적 시장주의자나 우석훈 박사처럼 진보적(이런 용어는 싫어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말도 없다)인 경제학자나 모두 나름의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 해석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대한민국은 장기불황, 혹은 디플레이션 단계에 진입했거나 진입 가능성이 매우 크다.

2. 이 전망의 밑바탕은 인구구조와 고도성장기를 거친 이후 나타나는 경제성장률 하락과 연관된다.

3. 우리와 지정학적, 산업적, 인구구조적 데이터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흡사한 모습을 보이는 일본경제와 닮아있다. 따라서 일본을 연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정도이지 않을까?

어쨌거나 결론부터 말하면, 우석훈 박사는 일본의 사례에서 배우는 불황 10년의 개인적 대처에, 이 책의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다. 생각나는대로 써본다면 다음과 같다.

1. 부동산 : 아파트의 시대는 가고 있다. 웰세든 전세든 자가든, 아파트는 더이상 신화가 아닌 소비재 비슷한 상품이고, 따라서 감가상각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라!

2. 개인적 대비 : 저축을 해라. 가급적 1년치 연봉정도를 늘 유지하는 방향으로 불황에 대비하라!

3. 아껴라. 아껴라. 아껴라.

이 책에서 인상깊은 말을 하나 꼽으라면, 하우스푸어가 되기 딱 좋은 조건은 가계수입 연 1억 정도되는 가계라는 것? 즉 가계수입 1억은 꽤 많은 돈이긴 하나, 이 계급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계급을 현혹하기 쉽다는 것. 그래서 과감히 강남의 아파트를 지르거나해서 하우스푸어로 살아가게 되고, 불황이 닥치면 가장 취약한 계급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책의 뒷부분은 본인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를 풀어놓았는데, 이 부분은 안일한 저술태도로 보였다. 이런 개개의 사례들은 어느 정도의 교훈은 주지만, 역시 개개의 사례들에 불과함으로 개인의 상황에 대입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어쨌거나, 전반적으로 읽어볼만한 부분이 꽤 있기는 했으나, 그의 시각에 오롯이 동의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진보적인(싫다면서 계속 쓰는군) 학자들은 지나치게 공포나 위협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경기를 낙관하는 낙관론자들만큼이나 나쁜 태도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이 책에서 열심히 다루고 있는 부동산 문제를 보자. 저자는 부동산의 시대가 끝났다고 이야기하지만, 낙관론자들 역시 나름의 데이터를 들고 이야기한다. 2008년 이후, 서울지역의 아파트 공급량은 상당히 적었다. 또한 각종 조사에서도 집을 살 여력이 있는 비율은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이는 서울 부동산 가격이 실질적으로 최근 5-6년간 조정을 겪었기 때문), 집을 살 의사가 있는 이들도 상당수에 달한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서울의 전세가가 70%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이들은 실질적인 대기 수요층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의 사례들에서 주목할 점은 일본의 경제성장률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약 25년의 격차를 두고 흡사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인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카이 세대의 은퇴와 한국의 58년 개띠 세대의 은퇴는, 따라서 비슷한 변곡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장기불황은 일본정부의 잘못된 대응, 예를들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미온적이거나 너무 늦게 나옴으로써 골든타임을 놓친 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많다. 이후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가들은 불황초입에서 강력한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글쎄 일본과 비슷하게 실기를 한다면 우리도 일본과 비슷해질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어떤 준비를 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의견이나, 투자를 통해 지금의 계급에서 보다 상위계급으로 올라서는 데에는 글쎄?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내 주변에는 부동산 불황기에도 집을 사고 파는 재주만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서울시 외곽에서 출발하여, 부동산의 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2011년즈음에 강남에 입성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면서 그들의 집값은 한달새에 1억 가까이 올랐다 한다.

불황의 시기에는 방어전략도 중요하지만 마찬가지로 공격전략도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나머지를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에 대해 가치중립적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돈 없이 살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도리어 돈에 지나치게 가치를 부여해서 이를 죄악에 가까운 어떤 것으로 치부하는 심리가 있는 건 아닐지 반대로 생각해 볼일이다.

하긴 돈을 죄악에 가까운 어떤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이런 책은 이 사회에 어떤 균형감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일지도...

 이곳은 직접 쓴 서평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snowcountry 2004/10/05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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