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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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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1  :  phil.jpg (56.9 KB) Download : 65
subject  :  골목밖의 철학자 (J.D.샐린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황성식 역| 문일| 1999.08.01 | 200p  
7000원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에 큰 감명을 받은 이후에, nine stories를 사서 읽고, 한참전에 사놓은 <골목밖의 철학자>를 읽었다.

최근의 복합적인 감정의 동요와 침잠을 겪고 있는 와중에, 소설속에서 비슷한 인물을 만난다는 건 반가운일이다.

아름답고 영리한 두뇌를 물려받은 20세의 여대생 프래니는 이른바 우리 주위에 있는 속물들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다. 그녀에겐 자살한 첫째 오빠-시모어가 있는데, 시모어가 평소 읽던 순례자..라는 작은 책에서 위안을 받으려 한다.

그 책의 내용은 완벽한 기도를 배우려는 순례자의 여정과, 완벽한 기도를 배운 후 그걸 사람들에게 전하는 단순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래니는 그 완벽한 기도를 그 책에서 나온대로 그저 읊조리면서 구원을 기다린다.

역시 똑똑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오빠, 주이는 프래니처럼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여리지 않다. 그는 냉정하고, 냉소적이며 신경질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프래니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전해준다.

이 소설은 샐린저 자신의 자서전이자, 잠언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래니와 주이가 공유하고 있는, 이른바 천재들이 출연하던 TV쇼 '현명한 아이들'의 출연 경험은, 작가들이 흔히 갖고 있는 '선민의식-작가가 되도록 운명 또는 신에 의해 선택받았다'의 은유다.

작가들은 이러한 의식을 경멸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어린 프래니의 경우처럼 그것이 우월한 인식에서 타인을 비난하는 데 쓰여지기도 한다. 또한 남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나 좌절감이 되기도 하고, 때론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 자체가 순수한 예술의 길과 어긋난게 아닌가?란 갈등을 촉발시킨다.

프래니가 이러한 보편적인 초보 작가의 갈등을 안고 있다면, 그녀의 오빠인 주이는 샐린저의 에고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주이는 가족들에게까지 무척 냉소적이라고 생각되지만, 그의 가슴엔 가족과 어린 여동생 프래니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이 묻어난다.

하여 답을 찾지 못하고 죽어버린 맏형 시모어(재능은 있지만 꽃피지 못한 소설가의 분신)의 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구축한다. 그것은 시모어에 대한 그리움과 따뜻함을 동경하는 프래니와는 분명 다르다. 그렇기에 주이는 보다 냉소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주이는 프래니에게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너의 그 좋은 머리는 다 어디로 간거야? 네가 나와 같이 기형적인 교육을 받았다면 적어도 그걸 사용해야지. 넌 지금부터 예수의 기도를 세상이 끝날 때까지 올려도 좋아. 하지만 네가 종교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초연함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다면 단 1인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거야. 초연함, 오직 초연함뿐이지. 그건 바로 모든 욕망으로부터의 단절, 즉 무욕이야.
....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종교적 행위는 바로 연기를 하는거야. 신을 위해서 말야. 네가 원한다면 신의 여배우가 되는거야.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어디 있어?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 노력하는 데는 아무 잘못도 없을 테니까.
...
예술가의 유일한 관심은 어떤 이상을 위해 노력하는 거야. 그것도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힘으로 말야. 너에게는 관객이 웃든 말든 뭐라고 할 권리가 없어. 진정한 의미에서는 말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주이가 하는 말대로, 샐린저는 평생을 은둔하며, 신의 소설가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그렇기에 그의 여느 소설처럼 일반적인 대중 작가가 오르기 힘든 오오라가 느껴진다. 기독교속 예수의 모습과 모두가 부처라는 불교의 사상을 한데 버무려 궁극적인 작가론을 펼치는 그의 대담한 주제의식은 어떤 신성한 광채를 뿜어내기까지 한다.

그리고 최근들어 뭔가 조바심을 느끼던 나는 프래니처럼 볕이 잘 드는 창가의 카우치에 늘어져 고양이를 쓰다듬던 게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어쩐지 잠이 오지 않을듯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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