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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subject  :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피에르 쌍소)
프랑스인들에 대해 아는 바는 거의 없지만, 어렸을적 매주 보던 토요명화에선, 가끔 싼값에 수입한 프랑스 영화를 틀어주곤 했다.

당시 영화시간은 KBS2의 토요명화와 MBC의 주말의 명화, 그리고, 일요일에 KBS1의 명화극장이 있었는데, 명화극장은 주로 오래된 명화 위주였고, 주말의 명화에 비해 토요명화는 보다 오락적인 미국 B급 영화나 서부영화, 전쟁영화를 많이 틀었다.

매일 받아쓰기에 숙제에 시달리던 초등학생으로서 유일한 문화생활이었던 토요명화에서 누벨바그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영화를 하는 날은 우울했다.

그리고, 헐리웃 영화를 보다가도 재미가 없으면, '뭐야? 이거, 프랑스 영화처럼 재미없군.'이라고 투덜댔다.

후에, 프랑스 소설가들의 글을 읽을 기회가 있으면서 느낀 것은, 소설 역시 영화만큼 재미없다...정도였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란 수필이 무척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주제는 '느리게 살며 인생을 관조해라', '바쁘게 사는 것은 습관일 수 있다' 정도겠는데, 이런 이야기를 책한권으로 늘려 써내는 모습엔 감탄을 넘어서, 어떤 경외감까지 생길 정도였다.

물론, 그의 이런 능력도 민방위 훈련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무슨 무슨 자문위원앞에선 무릎을 꿇고 말겠지만, 어쨌든 대단하다.

누군가, 이 책이 느리게 사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만연체로,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써놓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관대한 해석 아닌가?

우선 그가, 재미없는 문화의 대표주자인 프랑스인이라는 점, 그리고, 이런 류의 늘여쓰기나 지루한 분위기는 의도한 것이 아니라 학습되어 관습화 된 것이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그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이런 류의 문체로 이런식의 글밖에 쓸 줄 모르는 재능없는 인간의 필치란 생각이 든다는 말씀.

이런 태도는 뭐든 그럴듯한 이론을 덧붙여가며 분석과 해체따위를 일삼는 문화평론가 나부랭이의 구태의연한 시각이나, 장르를 바꿔보겠다며 오락영화에 뛰어들었다가, 먹물지식인의 사고 시스템이 발동, 오락영화에 억지로 철학적 내용을 맞추어 넣다가 영화도 망하고, 영화사도 망하게 만드는 한국의 몇몇 영화감독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문학이든 글이든, 영화든 상품의 모습을 띄고 있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재미가 유머든, 감동이든, 아니면,깊은 사색이든......

재미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철학을 말하고 싶으면, 논문을 써라.


저자: 피에르 쌍소 (프랑스)
펴낸곳: 동문선, 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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