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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subject  :  象的失踪 (村上春樹)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집 '빵가게 재습격'에 실린 '코끼리의 실종'을 중국어로 다시 읽다.

중국에 연수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러니까, 시기적으론 97년 여름이었다. 내가 연수를 받던 텐진 사범대학교는 유학생들에게 중국어 시험을 치루게 해 반을 편성했다. 당시 그 학교에서 먼저 연수를 받았던 선배들의 실력이 워낙 뛰어났던 이유로, 중국인 담당 교수님은 내 소개서를 보자마자, '음, 자네는 **대학교 출신이니, 가장 높은 1반으로 바로 편성해 주겠네. 시험은 안봐도 되네!'라고 말씀하셨다.

말씀은 고마웠지만, 솔직히 처음 중국에 와서 내가 배운 중국어가 과연 통할지도 의심스러웠던지라, 시험을 치루고, 다행히 그 교수님이 직접 강의하시는 2반으로 배치되었다. (이건 뭐 글과는 상관없는 내 자랑이었고.. 에헴)

그 교수님은 중국어 강독을 가르치셨는데, 문학박사 였기에, 주로 문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학생들과 주고받았다.

하루는 수업시간중에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 있어, 나는 당시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소개했었다. 그런데, 교수님은 '음... 잘 모르는 작가인데.. 아직 중국엔 소개가 안되었거든... 기회가 되면 꼭 읽어 보고 싶구만..'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후로 몇년이 지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중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어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그 붐은 2001년 무렵이 아니었나 싶다.

중국 출장중에, 하루키 소설을 구하려 들어간 서점엔 하루키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그곳에서 나는 노르웨이의 숲과 이 빵가게 재습격을 구입했다.

중국어로 그의 소설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그의 문체라는 것에 한층 궁금증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즉 세계인들에게 소구 할 수 있는 문체란, 그의 것처럼 라이트하면서, 의미전달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본이나 한국과는 언어체계가 다른, 즉 표음문자를 쓰는 중국어로도 그만의 독특한 문체가 힘을 발휘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예상은 적중했다. 그의 문체는 중국어로 전혀 힘을 잃지 않았고, 중국의 평론가들도 그의 문체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내는 글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우리 고유어를 살려쓰거나, 심지어는 자신이 조합해낸 말을 쓰는 작금의 신춘문예용 소설은 외국에 번역되어 소개되기엔 확실히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여러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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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실종은, 한 현 동물원에서 키우던 늙은 코끼리와 사육사가 동시에 사라져 버리면서 시작된다. 빠져나갈 수 있는 곳도 없고, 빠져나간다해도 그 덩치큰 코끼리는 금방 눈에 띌만 하지만, 경찰은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하고, 그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다만, 주인공인 '나'만이 우연히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하게 되는데......

코끼리 실종은 '조화'와 '균형'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우화이다. 조화와 균형, 그리고 질서라는 것은 어느덧 우리를 여러 규범속에 가두어 버리게 되고, 그 속에서 우리는 단지 어떤 큰 질서를 이루는 시스템속의 한 개체로 살아가게 된다.

감정적 교류, 소통등은 차단되고, 조건이 비슷한, 조화를 이룰만한 짝을 찾거나, 차를 사거나, 싱크대를 꾸민다.

최근의 성형열풍 역시, 한꺼풀 벗기고 보면, 조화와 균형이란, 전통적이고 역사적 완결성을 의미하는 미와 그 연장선상에 있는 善의 개념에서 한발짝도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전부가 될 수 있을까? 만약 어느 두사람이 진정한 의사소통을 하게되고, 교감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우리가 상상도 못할 측면에서 새로운 도약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면, 두사람이 닮게 된다고 하지만, 요즘의 사랑은 반드시 두사람 사이의 감정적 교류를 전제하지 않는다.

그런 류의 사랑은 현실을 모르는 사랑, 그래 어디 한번 살아봐라!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고리타분한 사랑의 형식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인가! 그런 비난을 퍼붓는 당신의 조화와 균형잡힌 삶이, 실종된 코끼리와 사육사의 동행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갖고, 선에 가깝다고 백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가!

당신이 설사 확신한다고 해도, 입다물고 있어라.

당신은 모를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코끼리를 찾으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으니.....



서명: 빵가게 재습격
작자: 무라카미 하루키
번역: 린 샤오화
출판사: 상하이 역문출판사
구입처: 중국 베이징
가격: 12.40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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