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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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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금각사, 백년동안의 고독을 사다




금각사를 처음 읽은 것은 대략(김성모의 영향으로 이 단어를 쓰기가 꺼려진다. 어쨌거나) 대학3학년 시절인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이 책을 읽고, 가슴이 쿵쾅거려 잠을 설칠 정도였다.

난 일기에 그의 문체에 대해, '뇌의 주름진 구석구석까지 부드런 손가락으로 더듬듯 섬세하고 아름답다.'라고 썼다.

그는 과연 文才가 없으면 소유할 수 없는 문체를 지니고 있었고, 문장엔 빈틈이 없었다. 한없이 부럽고, 질투가 났다. 이런 일은 과연 드문 일이었다.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은 지구탐험대의 탐험대장으로 나오던 '민용태'교수님의 '문예사조사' 시간에 소개 받았던 책인데,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 필적할만한 분량의 책이라 쉽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잠깐, 그 때의 이야기를 하자면, 이른바 미디어의 스타교수들이 대개 얄팍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민교수는 나의 예상과 달리, 꽤나 진지하고 적어도 교육자로서는 대단히 양심적인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출석체크를 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그 강의를 빼놓지 않고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민교수의 강의를 가로지르는 어떤 명확한 주제가 있었기 때문이며, 성실히 강의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국어교육과에서 개설한 문학개론을 함께 청강하고 있었는데, 이 두가지 강의를 한 학기 동안 들으며,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충돌을 볼 수 있는 재밌는 기회가 되었다.

참, 이 두 교수님과 관련된 재밌는 일화가 떠올랐다.

국어 교육과의 교수님은 검은 두루마리를 휘날리고 교정을 다니시던 꼬장꼬장한 분이셨는데, 문학에 대한 이론과 작품 분석에 있어서는 탁월했다. 그 분은 늘 문학의 성체에 대해 언급하시며, 확고한 모더니즘의 입장에서 마광수의 작품을 비난하시곤 하셨다.

'내가 읽어 봤지만, 그건 책이 아냐.'라고 단언하셨고,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를 읽어봤던 나 역시 문학적 성취도 면에선 문제가 많은 소설이란 점에선, 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한다. 물론 문학적 표현의 자유란 부분에선 반대하지만......

반대로, 민교수님은 '마광수의 작품따윈 읽어보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느껴!'라고 강의 시간에 이야기를 하면서, 법정에서 태연하게 마광수측 변호인의 입장으로 그의 작품 해설을 하고는 내려왔다고 했다.

경악해 하는 학생을 주욱 둘러본 민교수의 한마디

'검사들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하겠어?'

그 후, 마광수 교수가 우리 학교에 와서 강의를 하게 돼, 나는 그자리에 참석했다.

마광수 교수는 자신이 법정에 섰던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 이 대학과 대단히 인연이 많은 것 같아요. 검사측 증인으로 서명을 하신 분도 이 대학 교수님이고, 제 변호인으로 변호해 주신 분도 이 대학 출신 교수님이셨어요. 특히, 민교수님이 제 변호를 해주셨는데......'

'저도 교수지만, 솔직히 그 분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었어요......'


당시, 문학계에 있었던 웃기면서도 가슴 쓰라린 에피소드 한토막..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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