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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subject  :  또디 - 또디 동네 사람들(정연식)
거의 일년 전에 만화가 정연식씨의 홈게시판에 글을 남겼다가, 답글을 서로 하고, 그러다가 '茶'얘기가 나오고(정연식님은 차를 무척 좋아하신다고...), 그래서 내가 중국에서 사 온 좋은 차가 있어, 나눠 마시는 게 좋겠다 싶어, 차를 보내드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너무도 고맙게도 이번에 새로 발간된 '또디'를 보내 주셨다. 친필 사인도 담아서...... (난 책이 많은 편이지만, 작가 사인이 직접 들어있는 책은 처음 받아보았다.)

어떤 것이나, 무언가에 깊게 감동 받아 본 사람은, 그 작품의 뛰어남을 이 세상 누구보다 잘 알게 되는 법이다. 그 감동의 아우라 밖에 서있는 사람들은 머리를 갸웃하겠지만, 미안하지만, 이런 종류의 아우라는 그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나로 하여금 문학을 하고 싶게 만들어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역시, 지금껏 50번이 넘게 읽었고, 읽을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동하는 나이지만, 이 소설이 어떻게, 얼마나, 왜 뛰어난지 조리있게 말할 자신이 없다. 오히려, 부족한 언어와 내 좁은 사고로 작품의 그 광활한 세계를 한정 짓는 다는 것이 오히려 그 소설에 욕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주 주저하게 만들기도 하고, 말하기 시작하면, 그 드 넓은 세계를 어떻게 어떤 식으로 다 정리해서 말할까 고민하다가, 말이 끝없이 늘어나 버리곤 해 일찌감치 포기했다.

정연식씨가 그리는 만화와 글 역시, 내겐 그런 느낌을 준다. 아니 오히려 이런 거창한 설명보단, 그의 그림에 담겨있는 소박한 진실, 그 속에 묻어 있는 삶의 고단함과 나름대로 세상과 열심히 싸워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어 좋다.

남편이 파김치가 된 채, 집에 들어온다. 집에 있는 아내 역시, 집안일로 몹시 지쳐있다. 두 사람은 쓰러지듯 앉은 채 말이없다. 그때 남편이 아내의 쳐진 배를 찌른다. 아내는 아줌마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는 (그 무안함과 긴장감에) 새삼 깜짝 놀라 다시 씩씩한 얼굴로 집안 일을 시작한다.

그 일상의 고단함, 꿈을 잃고 일상에 지친 남편과, 여자에서 아줌마로 변해가는 상황을 되돌리고 싶은 아내의 자존심을 표현한 이 만화를 보고, 난 일상의 슬픔을 웃음으로 그려내는 그의 낙관주의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오늘 읽은 이 책 역시, 읽는 동안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눈물도 흘리고(쪼끔...), 그러면서, 그의 낙관주의는 대책없는 낙관주의가 아닌, 부딪치고 깨지는 중에서도 세상의 진실과 마주대하고 서서 떳떳하게 응시하고 대면하는 종류의 용기있는 낙관주의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렇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없고, 죽음의 공간속에 던져진 채 살아가야 한다면, 적어도, 그 짧은 시간만큼은 진정한 '나'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상의 무게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내가 살아가야 할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훌륭한 책의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그것은 박인하(만화평론가?, 그냥 평론가라는 말을 쓰면 안되나?)씨가 쓴 발제문이다. 박인하씨의 글은 책과는 (또는 정연식씨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항간의 엉터리 서평을 흉내낸 듯한 글의 구성은, 주성치 영화평을 쓰며, 에이젠슈타인이 어떻고, 레비스트로스가 어떻고 하는, 강박적인 대학생 문체와 다를게 없다. 이 글은 그런 면에선 악문이다.

하루빨리 내 책이 미국과 프랑스, 일본에서 출판되어, 인기작가가 되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다음에 출판될 책의 서평을 써드리고 싶다. 진심이다.

긴 말을 썼지만, 이 책의 매력은 눈꼽만큼도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부디 많은 분들이 그 아우라로 한발짝씩 발을 내딛였으면 좋겠다. 좋은 책이니까, 앞으로 더 많은 좋은 책을 위해서라도, 정말 많이 읽히고,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특히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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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름: 또디 (또디 동네 사람들)
지은이: 정연식
출판사: 문학과 지성사(2002/4/22, 초판 발행,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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