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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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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아메리카 (프란츠 카프카)

  
지은이 프란츠 카프카 지음  | 곽복록 옮김  
출판사 신원문화사
가격 7,000원 → 최저가 5,600원  
출간일 1993.04.01 | 337p  



계급관계-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아메리카를 지나치게 계급투쟁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해석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건 말그대로 지나친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카프카 자아의 투영이자, 희망이 아닌 도피와 그에 잇따른 불길한 파국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 명확하게 그려진 부분조차 읽어내지 못하는 평론가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들의 독해력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해보인다. 또 카프카의 연보나 거장의 해석에 연연해하는 모양이 초라해보이기 까지 한다.

주인공 로스만 칼이 미국사회에 보내지게 된 것은 그가 결코 의도치 않은, 어찌보면 그의 잘못은 거의 없는 이유들 때문이다. 또 그가 화부와의 대화속에서 미국 상원의원인 외숙을 만나게 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카프카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던져져, 낯선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 세상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본인의 모습을 그린다. 칼에게 세상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부조리함과의 투쟁일뿐이다.

하여 미국에 도착한 초반, 별 관계없는 화부를 위해 호기롭게 변호하던 칼은 점차 말수를 잃어간다. 끝내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상대가 선의가 없을땐 자기 변호가 불가능하다."

라는 말로 아주 간단히 본인의 입장변호를 포기해 버린다.
이러한 태도는 일면 쿨해보이기도 하지만, 결코 쿨함과 어울릴 수 없는 것이, 그는 계속하여 일자리를 구하고, 살아야하는 당위 자체에 대해서만큼은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프란츠 카프카가 자신의 뜻과는 달리, 아버지가 원하는 법학대학을 진학한 사실이나, 문학만을 위해 정진하고 싶었던 것과는 달리, 생활을 위해 죽기 전까지 따분한 회사를 다녔다는 사실은 위와 같은 체념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칼이 보이는 쿨한 태도는 정작은 본인의 이상을 밀어붙이지도, 그렇다고 세상과 열렬히 타협하지도 못한채 어정쩡하게 경계선을 오가는 상황적 부조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평론가들은 책의 결말부분을 놓고, 희망 운운하지만,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결말이 결코 희망을 암시하고 있지 않음을 알 것이다.

누구나 채용해준다는 극장에 가서, 채용이 된 다음 연회를 하고, 목적지를 알 수 없는 기차를 탄다.

"캄캄하고 폭이 좁은, 마치 찢어 갈라놓은 듯한 골짜기가 입을 벌리고 나타나기도 했다. 집게 손가락을 뻗쳐 그 끝을 찾고 있노라면 어느새 골짜기는 자취를 감추고 폭넓은 계류로 바뀌어졌다..... 중략.... 이 비말은 열차가 철교위를 지날때 더욱 심했으며, 갑작스런 냉기에 저도 모르게 얼굴이 떨렸을 만큼 가까이서 퍼지고 있었다. 끝."

즉 삶이나 이상, 혹은 자기 자신에 있어 확고한 태도를 갖지 못했던 주인공의 끝은 '험준한 계곡속에서 금광을 캐는 고된 일을 하게되거나, 황량한 산골로 사기 이주를 당하는' 모습으로 종결됨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부조리에 노출되어 있다고 느끼던 카프카는 스스로 정답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답을 향해 나아가기에 그는 연약했다. (칼 역시 16세의 힘이 여린 소년으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자죄감에 빠져 허우적대고, 스스로 그의 운명에 찾아올 어둠의 끝을 망연히 바라볼 뿐이다.

그를 끝까지 괴롭힌 고독의 정체는 사실, 선의가 없는 세상에 대해 그가 관계를 되돌릴 노력조차 없이 입을 닫아버린데서 연유했고, 세상은 여전히 그가 남긴 소설들에서조차 그의 고독을 선의로 해석해내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진정 고독한 소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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