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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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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빅 슬립 (레이먼드 첸들러)


레이먼드 챈들러| 박현주 역| 북하우스| 2004.01.20 | 375p  
가격 9,500원 → 최저가 7,600원



대중 소설 장르의 대표주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추리소설분야에서 문학으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마트에서 파는 옷들을 걸치고 패션쇼에 나가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탐정 필립말로 시리즈로 추리소설계에 한 획을 그은 레이먼드 챈들러가 대가라는 것이다.

누구나 대중 통속소설이라고 폄하하는 장르에서 그는 어떻게 독보적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크게 스타일과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다시 문학적 용어로 순치해 보자면, 문체와 캐릭터의 시점이라고 정리 할 수 있을것이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쓴 일련의 추리소설에 나오는 사설탐정 필립말로라는 캐릭터는 냉정하면서도 시니컬하다. 그의 그 성격은 하드보일드한 문체와 어울려 빛을 발한다. 소설전편에 도도하게 흐르는 비장미와 어두움, 그것을 내면에 간직한 외로운 탐정의 시점은 곧 하드보일드한 문체로 나타나며, 또한 이러한 문체는 역으로 소설과 캐릭터의 분위기를 한층 더 심화시킨다. 이러한 조화는 일반 순수문학의 영역에서조차 구현해내기 힘든 역량이다.

이밖에도 좋은 소설이 구비하고 있는 유머라든지, 간결한 속도감과 직유법을 통한 리얼리스틱한 묘사 등이 빛난다.

<빅슬립>은 레이먼드 챈들러가 필립말로를 처음으로 등장시킨 처녀장편작이다. 그런만큼 필립말로의 매력적인 모습과 스타일을 구축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필립말로는 어두운 도시의 뒷골목에서 돈을 벌기위해 사설탐정 노릇을 하고 있고, 그의 행동이나 탐문방식 역시 뒷골목 쓰레기들과 별 다를바 없다. 적당히 비열하며, 또 적당히 타협적이다. 그러나 그는 명확한 직업관과 철학을 지니고 있다. 그의 지향점 역시 뚜렷하다.
그러나 그가 위대한 점은 이런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소설에서 필립말로가 호감을 갖고 있는 대상은 죽어가고 있는 부유하지만 불행한 노인이거나, 진흙웅덩이에 던져져 이미 죽어있는 밀주업자 뿐이다. 가치있거나 어느 정도 도덕적인 인간들은 모두 죽어있거나 죽어가고 있다. 필립말로는 도덕이 없는 어둠의 뒷골목에서 그들의 모습을 목도하지만 다른 이들처럼 포기하거나 맥없이 주저앉지 않는다.  
'기사는 이 게임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라고 읊조리며 체스판을 바라본다. 하지만 판을 뒤엎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대신 계속하여 체스 말을 하나씩 옮기듯 매일매일을 살아간다. 자신의 방식대로......

고독한 뒷골목의 영웅은 남루한 하루를 살아가지만, 그의 차가운 가슴속에는 여전히 따뜻하고 도덕적이며 양심적 인간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차 있다.

맥없이 오늘 하루를 허송하며, 더러운 뒷골목에서 흐리멍텅한 눈으로 내일이 없는 인생을 사는... 그러면서도 그것이 현실일뿐이라고... 술주정하는 대부분의 쓰레기들과 차원이 다른 고고한 기사의 모습을 이 소설은 전해준다. 그래서 여전히 이 소설은 더욱 지저분해진 이 세상속에서도 고독한 위대함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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