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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file #1  :  memory.jpg (12.5 KB) Download : 69
subject  :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르시아 마르께스)


마르께스의 이 소설을 90대 노인과 14세 소녀의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로 선전하는 것은 식상한 노릇이다. 마찬가지로 노년의 성에 대한 이야기로 읽는 것 역시 핀트가 엇나갔다.

소설적으로 보면, 사족에 불과할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써내려가거나, <백년동안의 고독>에서 보이는 천일야화식 네버엔딩스토리를 할 때의 거리를 둔 화자가 아니라, 1인칭 시점의 '나'로 이야기를 서술해 가는 방식 모두, 90에 가까운 노인으로 실제로 살아가며 갖게된 느긋한 삶의 방식 일 것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오히려 나이 든 우리 선각자의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가 맞다고 생각한다.

그는 나이듦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살아가기 위해 겪어야하는 위험일 뿐이다.....(중략).... 노인들이 본질적이지 않은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는 사실은 생의 승리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을 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아직 만으로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내가, 감상적 태도로 느끼는 이 조로한 감정이란 얼마나 무책임한 발상인가. 주인공은 처녀성을 간직한 어린 소녀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고, 그 사랑을 잊지 않으며, 전과는 달리 나이든 고양이들이 처분되는 것에 대한 항의도 하면서, 열심히 그의 것을 지키려 애쓴다. 그리고 그는 아주 담담히 그에게 주어진 행운과 삶을 달게 받아들인다.

마르께스는 이 소설을 비행기에서 곤히 잠든 여성의 모습을 몇시간동안 관찰하며 구상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는 늘 잠들어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언뜻 부자연스러워보일 수도 있는 이러한 이미지는 그러나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자는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 여자는 아무데서나 쉽게 잠들지 않는다. 주인공은 예비창녀와의 하룻밤을 위해 사창가로 가지만, 벌거벗은채 잠이든 어린 처녀의 모습은, 그녀를 창녀가 아닌 순수함의 결정체로 바라보게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자신의 곁에서 편안하게 잠든 여자의 모습은 어떤 큰 자긍심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런 순수한 믿음을 지닌 여자를 주인공은 결코 창녀로 바라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화장도, 그녀의 장신구에도 그는 크게 분노를 느꼈고,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시간에 대한 모종의 상상에서 뻗어나온 광폭한 행동도, 질투라기 보단 훼손되었을지 모르는 순수함에 대한 분노였던 것이다.  

결국 젊은 시절 창녀들과의 만남과 생활을 즐기며 홀로 살아온 주인공조차, 그의 한세기를 마감하며 다시 찾게 된 것은 바로 그 '순수'였으며, 슬픈 창녀중 한명이자 그에게 소녀를 소개해준 영악한 늙은 포주 역시 그 소녀에게 유산을 물려줄 것이라며, '내게도 이 세상에 그애밖에 없어요.'라는 고백으로 그 '순수'를 지키려 한다.

결국, 노인이 되어도 잊지 않아야 할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란, 우리가 너무도 빨리 던져버렸던, 그리고 운좋게 한세기나 살아야 다시 깨달을 수 있을,

'순수'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도서명 :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지은이 :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출판사 : 민음사 펴냄
판매가 : 정가 9,000원 | 최저가 8,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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