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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제발 좀 조용히 해요 (레이먼드 카버)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  손성경 옮김
455 쪽 | 2004년 03월 20일
문학동네
정가 : 11,000원 최저가 : 9,900원(북랭크)


그 유명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왠만한 독서가가 아니면 결코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특히 뭔소릴 지껄인거야라며, 우리나라 단편소설을 집어던지는 98%의 정상적인 독자라면, 더더욱 좌절해 앞으로 소설은 읽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책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훈련받은 독자라면, 혹은 나처럼 어떤식으로든 문필업으로 먹고 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상황이 좀 다를 수 있겠다.

레이먼드 카버는 20세기 후반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며, 또한 '헤밍웨이 이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라는 칭호가 붙기도 하는 대문호다. 그런데, 전자의 칭호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어도, 후자의 칭호에 대해선 글쎄, 문학성을 의심한다기 보다, 표현을 이렇게 고쳐보면 어떨까? '헤밍웨이 이래 가장 헤밍웨이의 문체에 가까운 작가'정도로...

글을 쓰는 입장에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이 주는 매력과 강렬함에 경도되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문장이다.

'그는 샤워와 면도를 한 후, 바지와 깨끗한 셔츠를 입었다.' -제리와 몰리와 샘 中-

이런 문장을 어느 소설가가 아래와 같이 썼다고 생각해 보자.

'그는 샤워기의 꼭지를 틀고, 소나기처럼 퍼붓는 물속에 서서 쉐이빙 크림을 잔뜩 묻혀 면도를 했다. 쉐이빙 크림이 물에 씻겨가 면도가 쉽지 않았다. 샤워를 끝낸후, 물기를 대충 닦아내고는, 아내가 결혼할 때 산 옷장에서 푸른 빛이 은은히 감도는 바지와 어젯밤 잘 말려놓아 태양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셔츠를 입었다.'

물론, 아래 문장이 상세하고 자세한 묘사가 되어 있지만, 이런 문장을 쓸때 작가는 여러가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우선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식으로 이끈다면, 작품의 전반적인 속도감이 사라지게 되어, 독자는 쉽게 지친다. 또, 임팩트를 가하기가 어렵게 된다.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져, 통일성을 해친다. 무엇보다 이런 장식적인 문장을 유려하고 아름답게 그려내는 재주가 없다면, 중언부언으로 끝나고 만다.

대부분의 유명 소설가들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단문위주의 하드보일드 문체를 쓴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또 사실주의의 대가 모파상의 스승인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처럼, 단지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 글을 잡다하게 늘여쓴다는 것은 경제성과 적확성, 미숙한 표현력의 부족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에서 이렇다할 재미를 못느낀 사람이라면, 그러한 단문의 미학을 찾아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좋은 독자의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순간 소통의 부재와 외로움이란 주제가 그 짧은 문장속에 쿵하고 우리의 뒷덜미를 내리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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