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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nowcountry
홈페이지   http://www.museno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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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허리케인 카터(The Hurricane, 1999)



허리케인 카터 (The Hurricane, 1999)  
미국  |  드라마  |  125 분  |  개봉 2000.03.18
감독 :  노만 주이슨
주연 :  덴젤 워싱톤(루빈 허리케인 카터)  
국내 등급 :  12세 관람가
해외 등급 :  R



덴젤워싱턴의 투혼이 돋보인 영화 '허리케인 카터'는 무고한 흑인 복싱 챔피언이 누명을 쓰고 22년간 감옥에 갇힌 이야기다.

그 억울한 누명을 쓴 시기동안, 카터는 감옥에서 <제16라운드>라는 책을 저술하고, 억누르지 못할만큼 분노가 엄습해 올때면, 섀도우 복싱을 하며, 이를 극복해 나간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의 뇌리엔 복싱이, 단순한 격투기 혹은 야만적인 스포츠로 각인돼 있다. 주먹을 사용해 상대방이 일어나지 못할때 까지 타격을 주어야 승리하는 이 경기는 분명 여타의 격투 경기보다 훨씬 위험하고 야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복싱이란 사실 그 어느 스포츠보다 위대하며, 정신적인 (mental)스포츠이다.

복싱을 배우게 되는 체육관은 모든 시간이 링위의 시간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공이 울림과 동시에 3분 동안 운동을 하게 되고, 다시 공이 치면 30초간 휴식을 취한다.

줄넘기를 하는 사람이나, 샌드백을 치는 사람, 스파링을 하는 선수 모두 한 호흡으로 움직인다. 체육관엔 오로지 링위의 시간인 3분과 30초만 존재할 뿐이다.

게다가 사각의 링이란 기본적으로 사방이 막혀 있다. 이것은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선수들에게 대단한 부담감을 준다. 그 링위에는 나와 상대방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도망갈 곳은 없다. 제한된 시간동안 가장 유효한 펀치로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는 사실은, 주어진 생명으로 던져진 채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이란 존재의 실존의식을 가장 깊게 체험하게 되는 인생의 축소판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복싱이 폭력에 대한 공포를 극복해야 하는 스포츠란 것이다.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이다. 아무리 노련한 권투선수라고 할지라도, 그 두려움은 늘 극복해야만 하는 대상이다. 가장 위대한 아웃복서로 불리는 무하마드 알리 역시 링위에선 늘 공포를 떨치기 위해 떠벌이가 되어 상대를 향해 끊임없이 욕설과 비난을 쏟아냈다.

기본적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스트레이트를 날리려면, 상대가 이 틈을 타, 날카로운 훅으로 파고들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유효한 반격을 하기 위해선, 눈을 똑바로 뜬채 잽을 맞아주며 동시에 주먹을 뻗어야 한다. 피하고 달아나고 싶은 본능과 맞서며, 싸워야 한다.

적어도 링안에 나와 함께 서있는 적은, 살아있고, 지능적이며, 기술과 체력이 뛰어난 인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복싱이란 스포츠는, 이 사회란 사각의 링위에 떨어진 채, 유한한 생명의 시계안에서, 냉철한 이성으로 수많은 위험에 맞서며, 절대 공포의 대상과 싸워 나가야만 하는 우리 삶에 대한 은유로서 존재한다.

그렇기에, 링위에서 맞닥뜨린 상대는 허상이다. 결국 우리는 마음과 정신을 가둔 사각의 링안에서 나를 굴복시키려는 공포와 체력의 한계와 싸우는 것이다. 경기 후, 피투성이 선수들이 껴안고 서로 어깨를 두드리는 이유는 바로 이런 차원의 격려요, 함께 피흘린 인간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인 것이다.

복싱은 피를 흘리기 원하는 자들의 스포츠가 아니다. 복싱을 하는 사람들은 사각의 링안에 담긴 공포와 맞서길 원하는 전사들일 뿐이다. 우리 인생과 삶 자체에 붉은 녹처럼 껴 있는 비극과 운명을 직시코자 하는 용사일 뿐이다.

그래서 난 체육관 가득히 울려오는 샌드백소리와 삐거덕대는 마룻바닥소리, 줄넘기소리와 거친 숨소리, 땀냄새를 좋아한다. 부드러운 근육에서 뻗어져 나오는 강한 스트레이트로 남자답게 맞서 싸우자고 오늘도 땀을 흘린다.

"눈을 똑바로 뜨고, 상대의 주먹을 쫓아가! 주먹을 뻗을 수 없다면 지는거다!"


(허리케인 카터를 찍은 덴젤워싱턴은 이 영화를 위해 1년간 권투를 배웠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는 그의 복싱 트레이너의 이름까지 함께 올라갔다. 흐뭇한 장면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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