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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subject  :  미국 동성애결혼 합법화와 인간은 진보하는가
얼마전 미국 대부분의 페이스북이 무지개색으로 도배가 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동성애 결혼합법화에 대한 나름의 축하이벤트인 셈인데...
동성애에 찬성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반대하는 이도 분명 있을테지만 (실제론 더 많겠지...)
문득 그들이 축하하는 것은 동성애 결혼합법이 아니라 모종의 인류사적 진보 같은게 아니겠는가? 란 생각이 들었다.

고래로 인간이 과학 혹은 문명이 아닌, 인간성이 과연 진보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많이 있어왔다.
헤겔과 같은 철학자들은 이성을 신봉한나머지, 역사는 변증법적으로 휘휘 둘러진 정반합의 사다리를 타고 진보한다는 낙관론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1,2차 세계대전이란 참혹한 전쟁을 겪으며, 과연 이성적이라는 인간이 진보하는가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들중 일부는 사르트르와 같은 니힐리즘(허무주의)에 반쯤 발을 담근 실존철학으로 돌아섰고, 또 일부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비판철학자들은 역사란 어디로 진보하지도 않고 그저 정과 반과 합이 뒤섞인 밀가루 반죽인 채로 지금까지 잘도 흘러왔다...라는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어쩔수 없이 그리스시대 철학자들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학문적 철학적 이성적 성취가 결코 현대에 못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도 문득 나의 평가는 그들이 옛날 사람이기 때문에 현대보다 못하리란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란 자문을 하게 된다. 그런 편견을 걷고 바라보면, 시대의 지성이라고 할법한 사람들의 정신세계나 이성, 논리적 사고능력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는 그들의 미개함을 노예제도를 승인하는 태도(아리스토텔레스조차 노예를 부리는 것에 별달리 반감이 없었다고 알려져있다) 등에서 찾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형태만 다를 뿐이지, 계급과 노예제야 말로 자본주의의 또다른 버팀목 아니던가? 노예제도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시대의 공기처럼 스며들어 당연시되는 사회적 규범같은 것이야 얼마든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시대의 답답한 공기와 개인의 행복, 혹은 양심이 충돌하는 순간의 변화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 진보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는 다시, 사회의 구성원이나 국가제도 등 시스템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어느 정도 한계까지 보장하는가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동성애는 그리스시대에는 꽤나 자연스럽게 용인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대의 대부분 사회에선 여전히 배척받는 개인의 취향이다. 세계촌 곳곳에서 커밍아웃이나 퀴어축제같은 것이 공공연히 존재하는 것이 바로 이런 시대의 공기를 반증한다. 오랜시간 공유되고 쌓여와 높은 기압을 갖는 동성애에 대한 반감에 대해, 개인의 행복에 대해 성찰하고 그 자유권을 부여하는 행위는 노예의 해방처럼 신선한 인간 진보의 느낌을 갖게한다.

물론 그러한 합법화에 뒤따르는 부작용들, 예컨대 입양된 아이들의 문제라든가 등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적극적으로 해악을 끼치지 않는 범주에서의 개인의 행복추구와 다름을 허용하는 방식으로의 사회적 결의는 분명 진보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무지개색 축하행렬의 의미는 바로 성적 소수자의 해방이 아니라 도리어 인간 진보에 대한, 아무튼 성찰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으려는 이성적 인간으로서의 자존감 회복에 대한 축하로 읽혀지는 것이다.  

인간은 진보하는 존재인지도, 혹은 진보하지 않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해진 룰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회보단, 적어도 변화를 모색하는 사회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의 원리가 순환구조에 있듯, 익숙한 공기는 물러나고 생소하지만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싶어 창문을 여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 정도의 사회라면 뭔가 긍정의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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