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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subject  :  나의 애틋한 홈피여
벌써 15년째인가... 이 홈페이지를 운영한지가 말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이야기를 이곳에 다 담지는 못했다.
특히 최근 십년간은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이곳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는 홈페이지라기 보다는
철저한 익명성(그렇게 철저한 것도 아닌가?)속에 운영되는
개인 일기장, 연습장, 스프링 노트같은 존재로 늘 생각해왔다.

따지고보면 마음속에 떠도는 이야기를 남길때 대형 포털의 계정은 썩 좋은 선택이 아닌듯 느껴진다.
뭐든 연결, 연결되는 네트워크의 피로감 대신 이렇게 동떨어진 섬같은 존재를 갖고 있다는게 다행이다.

나는 홈페이지와 함께 나이를 먹는다.
15년
이 홈페이지를 새롭게 꾸미고
그때 그때 생활의 감상을 남겨왔다.

관계는 변했고
나 역시 변했다.
당연한 자연의 이치고 섭리겠지.

지나간 과거, 이곳에 남겨진 이야기의 일부가 그리울때가 있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런 인생살이가 슬프면서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살아왔다는 징표라고 다짐하곤 한다.

겨울바람이 차다.
요즘은 엉뚱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약간 물먹은듯한, 루저스러운, 한직스러운 업무들이 이어진다.

그렇게 회사에서의 시간은 지나고 있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해야할 일들은 미뤄지고 지연되며 달콤한 게으름속에 파묻힌다.

요즘은 또 영화를 본다.
얼마전까지 일본 청춘 애니메이션을 잔뜩 봤다.
그리운 느낌이 잔뜩 차오르는 이야기지만, 감성으론 알지만 내 기억엔 없는 이야기들이다.

내 진짜 이야기들은 그보다 훨씬 아름답고 처연하며 슬프다.

또 왕가위의 영화를 본다. 화양연화와 2046을 본다.
스타일이 인생을 구원하는 영화들.
그렇다. 포마드를 잔뜩 발라 빗어넘긴 헤어스타일과 단정한 와이셔츠, 핏이 떨어지는 양복으로
구원되는 인생이 정말로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인생의 무게란
참으로 얄궂은 것이어서
때론 이 우주를 압살시킬정도로 무겁고 끔직한 것인 동시에
반짝이는 포마드 기름만으로도 너끈히 극복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단정하게 옷을 입고
아침마다 머리에 빗질을 하며
절도있게 행동한다.
험담을 적게하고
목소리 톤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학회모임 뒷풀이자리에서
술에 아마도 약간 취했는 모양인지
교수님이 한마디 하라고 해서 대충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언제나 내 앞에 있는 것들은 정면돌파하려 노력했는데
그래서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고 버텨왔는데
요즘은 그래도 좀 괜찮지 않나...란 생각을 합니다.

힘들면 돌아가고
힘들면 포기하고
좀 쉬었다가고 그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유예하는 것이
정당한가란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여러분도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흔한, 실패도 괜찮다라는 무책임한 말보다는
죽음 앞에는 모든 것이 초라하기에 오늘의 불행을 덜어낼 수 있다면 괜찮다라는 말이었다.
학회사람들에겐 좀 뜻밖이었던 모양인지 조금 술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얼마전엔 MUSI군에게 메일을 한 통 써서 보냈다.
이 일상의 무위와 싸우는 게 참으로 우울하다는 투정이 담긴 메일이었다.
친구는 무위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서 답장을 했다.
'무위란게 어려운 말이더군...'이라면서

친구에게 오는 건 무슨 답장이든 도움이된다.
무위란 열반의 상태라는 둥 어쩌는둥... 그래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져온다.

그 친구와 대학시절, 술을 마시고 헤어질때 호기롭게 이야기했다.
우리가 마흔이 되면, 성공했을것 아니냐
그때는 마흔을 기념해서 고급술집에 가서 인당 백만원짜리 술을 마시고 오자!

얼마전 메신저로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글쎄... 뭐 마시자면 마실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인당 백만원씩 써가며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이 요즘도 있을까?라는 이야길 했다.

성공이란 그런것 아닐까
대학시절엔 성공이란게 이미지로 확실히 그려졌고, 아마도 성공했다의 기준을 쓰라고 한다면
술술 잘도 써내려갔겠지.
하지만 지금 성공을 기념해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하면
친구말대로 마실수야 있겠지만, 그게 딱히 기념할 만한 어떤 성공인지
과연 성공한게 맞는지 모호해져 버려서 엉뚱한 술집탓을 해버리게 된다.

성공이란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 하는 것이 되어버린 지금 점점
백만원짜리 술을 마실 날이 언제일까 모호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은 확실히 어떤 경계를 넘어서 또한 어떤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그냥 사람은 어떤 상태로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적확할 것이다.
젊은 학생들의 눈빛은 불안과 흥분과 젊음의 에너지가 공존하는 상태.
그 안에는 성공도 없고 완벽한 좌절도 없다. 그냥 그런 혼돈의 에너지가 가득찬 상태가 젊음.

나는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 것일까?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또 여전히 이 홈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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