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note

homewritingbookpenpalmusicmoviediaryphotobbs

ID
PW

MEMBER 0
GUEST 0
 

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subject  :  (글) 남녀유별과 부부유별
대학시절 나는 청학동보다 더 전통적인 서당교육을 받으신 선비 한 분과 같이 공부한 적이 있다.

입학식에도 갓과 도포를 두르고 나타나셨고, 점잖으면서도 늘 해학이 넘치신 분이었다.

난 그분을 보면서 우리가 배운 유교의 폐단이 왜곡된 것임을 깨달았다. 절제와 공존하는 관용, 그리고 낙천적인 인생관에 깃든 배려는 언제나 어리고 무턱대고 젊기만 한 우리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요즘 KBS 인간극장을 보며, 지금은 교수가 되신 그 형님...이 떠올랐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운봉서당에 있는 마흔줄에 있는 훈장선생님과 그 사모님의 결혼생활과 사랑에 대한 내용이다.

두사람은 시청자입장에서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진다. 그 사랑이 과장됨없이 진솔되게 다가온다. 결혼한지 십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저런 사랑이 가능할까 싶다.

전형적인 선비인 훈장선생님은 늘 웃는 얼굴과 자상한 말투로 아내에게 말을 건넨다. 꼭 존댓말이다. 아내 역시 앙칼진 말투나 가시돋힌 말을 하는법이 없다. 서운한 게 있어도 타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걱정을 웃는 얼굴로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럼 훈장선생님은 허허 웃으며 농담한마디와 함께 '앞으론 조심하겠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아내가 힘든 일이 있으면, 설거지든 빨래든 도와주려 애쓴다. 불같은 아버님의 불호령을 각오하고 서라도 눈치를 보며 거든다.

두 사람은 여전히 연인같다. 아내는 지금도 남편의 눈을 보고 있으면 처녀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릴때가 있다고 한다.

남녀유별, 부부유별 이란 말이 있다. 우린 이 말들을 남녀성차별이나 고루한 유교의 풍습 정도로 치부해왔다.

하지만 내가 겪은 선비의 몸가짐이나, TV에 나온 훈장선생님이나, 옛 가르침대로 살아오신 분들의 자세는 윗 말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남녀유별과 부부유별이라 함은, 부부가 오래 해로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인 것이다. 남편은 아내의 여성성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여성으로서의 인격을 존중한다. 아내 역시 남편의 남성성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결혼하면 막역해져서, 생활에 파묻혀서 서로간에 예를 지키지 않고, 아무데서나 옷을 훌렁 벗고 다닌다든지, 추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든지 하며, 서로를 중성화 시켜 버리고, 그것이 결혼생활의 본모습이라 착각하고 지낸다.

하지만 우리 옛사람들의 철학은 서로간에 예를 지키며, 아내를 끝까지 여자로서 남아있을 수 있게끔, 여자다움의 매력과 사랑스러움을 유지할 수 있게끔 배려해줬다. 그것을 통해 아내는 여자로서 남자인 남편을 깊이 사랑할 수 있고, 남편은 남자로서 역시 중성이 아닌 아름다운 여성의 매력을 담고 있는 아내를 깊은 정으로 돌봐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뒤늦게 깨달음이 닥쳐온다.

왜 존댓말을 써야 했는지, 존댓말을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거기에 담긴 철학이 심오한 것이었는지 요즘에야 깨닫게 되는 철없던 자신을 탓할 밖에......

107  길고도 짧은 하루  snowcountry 2006/10/11 1979
106  요즘 생활  snowcountry 2006/09/21 2176
105  한강  snowcountry 2006/07/17 2150
104  (소설) 의문들  snowcountry 2006/07/11 2141
103  (글) 드러나는 내면  snowcountry 2006/07/11 1909
102  (글) 귀여운 연애담  snowcountry 2006/07/01 1919
 (글) 남녀유별과 부부유별  snowcountry 2006/06/22 2249
100 비밀글입니다 연락처  snowcountry 2006/05/09 10
99 비밀글입니다 그래  snowcountry 2006/04/17 10
[1][2][3][4][5][6][7][8][9] 10 [11][12][13][14][15][16][17][18][19][20]..[21]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w-kwang / edited by cjda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