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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subject  :  (소설) 의문들

열살무렵이었던가? 그는 엄마에게 묻기 시작했다. 음력생일과 양력생일 중 내가 진짜로 태어난 날은 언제인가부터, 왜 버스를 타면 나무가 뒤로 달음박질 치는가라든가, 간단하게는 내각개편이나 신문에 실린 네컷만화인 고바우 영감의 알쏭달쏭한 말한마디까지.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듯 미친듯이 묻고 또 물었다.

자상하고 지혜로운 어머니덕에 세상에 대한 지식을 수월하게 알아가던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곧 관심은 타인에게 향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의중이 알고 싶어졌다. 하지만 여느 중고생들이 그러하듯 주위엔 미친듯 날뛰는 발정난 원숭이같은 동급생들로 우글거릴 뿐이었다. 또 수줍은 여학생들은 결코 본인의 속내를 털어놓는 법이 없었다. 대단한 말을 한것도 없는데 자지러지게 웃다가는 갑자기 화를 내곤 하는 것이다. 이 역시 그에겐 큰 곤욕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밤마다 고민에 빠졌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경제 매커니즘에 심취했다.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이슈들과 그것에 난마처럼 얽힌 이해관계들. 그 혼탁한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며 머릿속에 정리하는데 공을 들였고, 그것은 전과는 다른 신선한 성취감을 안겨줬다. 덕분에 돈의 흐름이나 정치적 견해를 확립 할 수 있게되었다. 부수적으론 좋은 직장과 명함이 따라붙었다.
또한 의도치 않게 타인의 속내나 의중이란 대명제조차 매커니즘을 체득한 사람앞에선 고개를 숙이게 되는 법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의 속내를 알고 싶어했다. 그는 그것이 의문의 성장단계에서 2,3계단 뒤떨어진 것임을 알았다. 한번 뒤떨어진 이들은 그 단계에 정체되어 있거나, 그 난마와도 같은 의문의 실타래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약간은 동정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지켜봤지만 큰 관심은 결코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 뒤켠 공원을 달리던 그는 문득 찾아온 의문에 휩싸이고 말았다.
부정하고 떨치려 했지만, 사춘기 시절이나 철없던 대학시절, 감정의 기복과 찾아온 의문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노골적인 악취도 새카만 색을 띄고 있어 구태의연한 불안감을 조성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의문은 그의 가슴을 서서히 물들여가며 마취시키고 있었다.
점차 그의 수면시간을 짧아지고, 쉽게 피로를 느꼈다.

불면증에 시달려 푸석해진 얼굴로 면도거품을 턱에 바른 그는 자신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의문을 처음으로 입밖으로 내 물어봤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베이스 캠프를 떠나 정상을 향한 고지를 점령하다 보면 산정상에 오르게 된다. 그것은 클라이맥스다. 그의 의문도 클라이맥스에 다달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가 올라 선 곳은 퇴로가 확보된 맥컬리 봉이나 융프라우가 아니었다. 깎아지는 절벽에서 이제 심연을 알 수 없는 빙하의 틈사이로 끝없는 자유낙하만이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추락중에도 그 사실을 부인한다. 또 어떤 이는 운좋게 빙하틈사이로 솟아난 바위를 붙잡고 버틴다. 또 다른 누군가는 함께 떨어지는 사람을 끌어안는다.

그는 면도기를 물에 행궈낸 다음, 깔끔하게 면도를 시작했다.

끝.


7월11일(화) 밤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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