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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subject  :  길고도 짧은 하루


대학졸업을 앞두고, 하루하루 좌절과 불안이 교차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결국 내손에 잡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소설가가 아니었다. 나는 외교관도 아니었다. 나는 기자도 아니었다. 자문하다보니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텅 비어버린 시간을 견디는 것은 고통스런 일이지만
바닷물속에 떨어진 파란잉크처럼 고통속에선 고통이 현실감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쓴 약을 먹으면, 엄마는 언제나 달콤한 초콜릿을 주셨다.
삶은 정상참작이 없다. Life shows no mercy.
인생은 엄마가 아니다. 쓴 약을 다먹었으니, 초콜릿을 준다는 건 없다. 어떤이의 상자엔 쓴약만 담겨있을 수도, 또 다른 이의 상자엔 초콜릿만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은 운명이란 말을 생각해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고난의 질주를 겪는 인간들이 만든 애처로운 단어. 운명.
세상에 운명이란 것은 없다. 그저 지독한 우연에서 파생된 사건들의 고리만이 존재할 뿐이고,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게될 뿐이다. 그렇기에 운명적 무엇따위는 없다.
불행과 행복의 두축만이 존재할 뿐이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 요즘은 후회를 많이한다.
거의 지나쳐온 모든 것을 후회한다.

쓴약이 담긴 상자를 받아든 사람은 운좋게 초콜릿을 맛보게 돼도
초콜릿인줄 모른다. 혀는 이미 쓴약에 마비된지 오래다.
손안에 구겨진 초콜릿 봉지를 보고서야 안다.
애써 맛을 음미해보려하지만 역한 쓴맛이 감돈다.

분노가 자주 치민다.
화해와 용서, 치유와 재생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용서하고 싶다.
나를 용서하고, 내 인생을 용서하고, 내 쓴약을 용서하고, 내 초콜릿을 용서해야겠다. 어디에도 이르지 못하는 무의미한 행위인 용서는 행복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지만, 쓴약과 초콜릿이 무의미한 지금, 감정 소모를 줄이고 싶다.  
하루하루가 몹시 짧으며, 또한 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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