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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file #1  :  cherrety_41.jpg (18.3 KB) Download : 82
subject  :  (글) 하루키의 노래를 들어라

(사진: 커피를 마시는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논쟁이 분분한 곳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그의 작품이 전해지는 거의 모든 대륙들에서 이러한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그만큼 그의 작품이 센세이셔널하단 의미이기도 하고,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하단 반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접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것은 쇼크였다. 그가 쓴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에 닿는 순간, 젖은 붓끝처럼 마음을 물들이기 시작했으며, 어느새 어둡고 담배연기 자욱한 재즈바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작가가 독자들을 자신의 세계속으로 완전히 푹 젖게 만드는 비범한 문체와 스타일은 차원이 다른 영역의 문재가 필요하다. 문학사에서도 이렇게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했던 작가는 드물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나도 이런 글이라면 쓸 수 있겠어...란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피아노를 한번도 배워보지 못한 이가 재즈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고 저렇게 아무렇게나 두드리는건 나도 할 수 있겠다...란 착각을 하는 것과 같다. 주악상에 벗어난 듯 자유로우면서도, 전체적인 흐름을 장악해가는 완벽한 변주.  그 경지는 분명 일반 작가들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야만 볼 수 있는 그 무엇이다.

하루키의 훌륭한 점은 그가 문학적으로 매우 정직하며, 모든 사물들의 본질을 바로 보려 노력한다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의 작품을 흉내낸 몇몇 한국 작가들에 대해, 하루키는 그들을 비난하지 말라고 말한다. 어디에도 새로운 것은 없으며, 좋아하는 작품을 흉내내고 모방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야 말로 모든 작가들이 경험하는 일이니, 너무 가혹하게 굴지 말라고 타이르기까지 한다. 또한 그는 자신의 작품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으며,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예술 제1의 덕목을 훌륭히 지켜가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문학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쉽사리 지켜낼 수 없는 부분들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경계에 서 있다. 문체와 스타일로 예술적 완성도를 구축하면서, 스토리들은 센티멘털리즘과 로맨스의 상업적 코드들을 절묘하게 혼합해 내고 있다. 이것이 순수문학인가, 대중소설인가라는 논쟁이 불붙게 되는 도화선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귀족문화와 평민문화 또는 순수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가를 수 없을만큼 다원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그의 작품은 이 시대를 담아낸, 불완전하기에 완벽한, 그런 명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분명한 것은, 주인공들이 농담을 던지거나, 여자를 생각하며 담배를 비벼끄는 가벼운 삶의 양태속에는, 삶과 죽음으로 이뤄진 인생자체를 보다 냉정히 바라보려는 묵직한 추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난 순간, 우린 우리의 몸속에서 어느 순간 끊어져 나뒹굴고 있던 추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고, 그것이 텅빈 공간속에서 끊임없이 굴러다니고 있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BMW의 핸들을 잡고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들으면서 아오야마 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이것은 어쩐지 나의 인생이 아닌것 같구나'....]

<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中>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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