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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subject  :  (연재 단편 소설) 연인 - 1편
* 이 글은 한명의 예쁜 후배와, 또 다른 한명의 심심한 선배와의 대화중 들은 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었다. 어쩐지 꼭 글로 써보고 싶은 소재란 생각이 들었다. 소재 이외에는 모든 것이 허구임을 밝혀 둔다.


- K씨의 병력 -

'글세요. 뚜렷한 치료방법이란 게 없습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되죠?'

'뭐 이게 불편하기는 하지만, 큰 병이라곤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그다지 활발한 편이 아니라서, 치료법 연구분야에서 역차별 받은 것일 수도 있어요. 우선 약물치료를 받아보고, 만약 도움이 된다면, 정신과에서 상담치료도 받을 수 있도록 처방을 해드릴게요. 될 수 있으면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편안한 마음을 갖는게 제일 중요합니다.'

편안한 마음. 병원을 나온 K씨는 거대한 대학병원 입구에서 그 말을 되내어 봤다. 편안한 마음.

솔직히 말하자면, K씨는 처음부터 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수영을 하고 나오는 그녀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떨리지 않았다. 마치 친구의 연애편지를 전해주는 옆반 동급생처럼 옅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두근거림뿐이었다. 정수리만이 촉촉하게 젖은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자신의 홈페이지 주소를 건네는 순간에도...... 그는 편안했다. 너무 편안해서, 기분 좋은 졸음이 밀려올 정도 였다.

그는 그 날이후 수영을 하면서도, 한마리의 행복한 강치가 된 기분이었다. 둥근 몸통을 잠수함처럼 만들어, 물속을 두 발로 차며 헤쳐나갈 때, 푸른 물을 투과해 은은하게 들려오는 고등어떼의 기분좋은 파동.  

그녀는 열흘 후에 그의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

'직접 그리신 수영 강습만화는 잘보았습니다. 재밌고, 꽤 도움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제 수영모자는 나이키가 아닌걸요.'

그녀가 수영하는 시간에 맞춰, 수영장을 찾았을 때, 그녀는 나이키 수영캡을 쓴 채, 역시 미끈한 강치처럼 바닥을 박차는가 싶더니, 무려 세개의 레인을 평행으로 가로질러 잠영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어때요? 어울려요? 이 모자?'

'네. 네. 네'

멀리서 듣는 이들에겐 한마리 강치가 박수를 치며, 꺽꺽꺽하는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옆에 있던  매끈하고 젖은 눈을 한 귀여운 강치도 큰 소리로 유쾌한 웃음을 웃었다.

- 불안정한 자율신경계에 대하여 -

두 사람은 사랑했다. 말그대로 사랑. 그 자체에 충실한 사랑이었다. 뭐든 순수한 의미의 영역에서 이뤄지는 것들에 대해선 부가 설명이 필요치 않은 법이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바람은 불되 어디에서부터 불어오는지 알 수 없는 법이고, 로드러너는 달리고, 코요테는 배가 고픈 것이다. 그런것이다.

'신경이 예민하고, 섬세한 분들에게서 주로 나타나고, 자율신경계, 그러니까 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심장이나 호흡같은 부분이요. 간혹가다가 그런 신경계가 선천적으로 불안정한 분들이 이런 증상을 갖고 계시죠.'

'그럼 제가 선천적인 불안정함을 갖고 있단 말인가요?'

순수한 의미의 그 어떤 존재. 두 사람이 이뤄내서 만들어 가는 관계가 순수하다면 역시 그 자체로는 변질되지 않는다. 마치 실리콘 주변에 4개의 산소가 배열되어 삼차원 구조의 관계를 이룬 단단하면서도 투명한 수정처럼......
하지만, 어떤 의도치 않은, 무엇인가가 퇴적작용, 지진, 외계인의 심술등에 따라, 그 관계속에 자리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정 역시 철이 혼합되면 ‘자수정’이 되고, 물이 섞이면 ‘오팔’이 되며, 여러 불순물이 띠 모양으로 섞이면 ‘마노(瑪瑙)’가 되는 것이다.

그와 그녀의 관계도 '자율신경계 불안'과 같은 선천적인 문제로 위기를 맞이할 개연성은 충분했다. 왕자 조각상의 눈처럼 찬란히 빛나야 할 수정이, 탐욕스런 부동산 중개업자의 마노 도장이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 순수한 사랑의 변질에 대해 누구를 탓할 수 있을 것인가!

K씨는 시도때도 없이 아파오는 그의 대장이 원망스러웠다. 이 놈의 창자를 태권도 띠처럼 묶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왜 그녀만 만나면 속이 요동을 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자는 난감해 하는 표정의 K씨에게 언제나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밖에서 기다릴게요.'

다행이다. 안에서 기다린다는 소리를 안해서...라는 유머를 생각은 해봤지만, K씨의 대장은 유머감각조차 마비된 녀석이어서, 그를 말할 틈도 주지 않고 화장실로 이끌 뿐이었다.

- 약물 치료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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