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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file #1  :  sexyseung_15.jpg (54.9 KB) Download : 76
subject  :  (글) 버려진 화성의 오후 티타임




회사 사보 이벤트에 응모, 당선되어 문화상품권을 탔다.

학생때, 배고픈 것보다 참기 힘들었던 것이, 책을 살 돈이 없을 때였다.

도서관에서 바로 구할 수 없는 신간이나, 소장하고 싶은 책들, 정기 구독하고 싶은 계간지가 있는 데, 단 돈 몇만원이 없어 구하지 못할때는 스스로 절망감이 더 과장되어 다가오곤 했다.

생일 날, 지하철 구내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데, 동아리 친구 녀석이 도서상품권을 불쑥 내밀었다. 그 녀석이 살가운 성격도 아니고, 특히 딱히 용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악필로
'책 사봐라'라는 메모와 함께...

또 하나는 밑도 끝도 없이, 친구에게서 편지가 와서 뜯어 봤더니 5만원 어치 도서상품권이 들어 있었다. 생일날도 무슨 특별한 날도 아니었는데, 자기 용돈을 쪼개 내게 보낸 것이다.

난 친구들이 선물해 준 도서 상품권을 한동안 쓰지 못하고, 지갑에 넣고 다녔다.

똑같이 가난한, 그렇지만 순수한 마음을 지닌 친구들이 건네 준 상품권은 내 안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해칠 수 없는 두텁고도 투명한 쉴드가 되어주었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내 지갑엔 지금 총 7만원어치의 문화상품권이 들어있다. 이젠 책을 살 시간이, 책을 읽을 시간과 여유가 없어서 쓰지 못하고 있다.

가끔 지갑을 열때면, 화성으로 이주해 가서, 100만 에이커의 토지를 분양받은 지구 이주민의 기분이 든다.

붉은 모래바람이 부는 화성의 오후에, 차를 마시며 광활하지만 황폐한 농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푸른 지구에서 가꾸던 작은 텃밭을 떠올린다. 왠지 감상적인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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