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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file #1  :  kreuter_121.jpg (24.2 KB) Download : 83
subject  :  (글) 아플때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의 의미

(사진: 마이크 무시나)



아침에 급하게 집을 나서다, 손을 헛짚으며 중지 손톱이 찢어졌다.

출근길에 손톱을 바라보며, 내가 오늘 팀의 4연패를 끊어 줄 좌완 에이스 투수였으면 큰일날 뻔 했다는 생각을 했다.

중지 손톱이라면, 우선 당장 투수가 가장 보편적으로 던지는, 투,포심 패스트볼과 슈트, 스리핑거 체인지 업이나 서클체인지업을 구사하는데 문제가 된다.

게다가 내가 그립의 다양한 변화와 힘의 배분을 통해 타자 타이밍을 뺐으며 던지는 노련한 기교파 에이스라면 더욱 문제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역회전해서 타자의 안쪽을 파고드는 각도 큰 슈트를 결정구로 쓰는 선수라면? (이런 제구가 어려운 공을 결정구로 쓴다면 과연 최정상급 선수)

슈트 그립은 커브와 비슷하지만, 팔이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며, 손바닥이 3루(오른손 투수의 경우)쪽을 향하기 때문에, 커브와는 반대로 중지에 힘을 실어 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코너웍이나 각이 나오지 않는다.

당장은 손톱에 접착제나 투명 메니큐어를 발라 출장할 수 있겠지만(뭐 이것도 규정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오래 버틸 수는 없다.

등판을 적어도 두번 정도는 걸러야 할 것이고, 다시 5일 로테이션에 적응하기 위해서, 한 두 게임 정도의 부진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슬럼프의 구덩이도 피해야 하고, 상반기 시즌의 중요한 경기에 출장을 못해 팀공헌 고과와 방어율에서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회사에 나와 둘리 밴드로 감아놓은 나의 왼손중지를 바라본다.

아플때, 아프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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