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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file #1  :  A8489_06.jpg (38.3 KB) Download : 86
subject  :  (체험담) 모래지옥과 영화 혼자 보기


(인생은 영화가 아니다. 접속처럼 될리가 없지)


IMF로 원하던 영어연수도 가지 못하고, 대전 집에서 방청소와 달리기를 하며 소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무렵, 딥임팩트란 영화를 보러, 혼자서(당연한 말이겠지!) 대전에 있는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를 재밌게 보고, 딱히 할 일도 없어 (이 역시 당연한 말이지!) 다시 보려 그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내 앞자리에서 영화를 본 연인이 첫번째 상영(내게는 첫번째!)이 끝난 후, 나를 계속 흘끔흘끔 돌아보며,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자기 지갑을 찾아보라고 소란을 피웠고, 그들의 지갑찾기는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음 영화가 시작되기 바로 전까지 계속 되었다.

난 그들의 모습을 바로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 역시 '이 사람이 영화가 끝났는데 왜 안나가는 거지?'라는 수상쩍은 눈길로 쳐다 보았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긴장된 시간이 흘렀고, 그 여자는 괜히 남자친구에게 짜증을 부리며, 영화관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휴하는 한숨과 함께, 그녀의 지갑속에 있던 수표를 꺼내 내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떴다.....라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아! 당연하자나요! 다만 나의 잘못이라면, 같은 영화를 두번 본 죄. 또 검은색 털모자를 눌러쓰고 체육복을 입고 혼자 영화를 보러 왔다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음 영화가 상영되기 전, 그 여자가 앉은 자리에 무언가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그녀의 지갑 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난 영화보기를 포기하고, 그녀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700백만원을 인출해, 사라졌...을리가 없자나요. 네. 참... 아무튼 지갑에서 그녀 집 연락처를 어떻게 찾아내어, 집으로 전화했다. 그리고 그 여자의 여동생인가 하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는데.....

"지갑을 주워서요. 전 어디쯤에 있거든요?"
"몰라요. 우리 언니 시내에 있을테니까, 언니 보고 찾으러 가라고 해요."
뚝!

난 하는 수 없이 그 여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 여자는 단번에 내가 전화한 줄 알고 있었다. '이거야...원...'
그리고 잠시후, 모 상가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는 추위에 떨며 상가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나타난 것은 그여자가 아닌 남자친구였다.

"저 지갑 좀..."
"아 네.. 여자분은?"
"저 쪽에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가 손짓하자, 저 쪽 어딘가에서 잠복해 있던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지갑을 받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좋아했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툭!(그렇다. 툭! 마치 친구를 치듯이 툭!)치며 말했다.

"오호호호 우린 아저씨가 소매치기인줄 알았어요!"
"네? 아..네..."

여자는 갑자기 지갑을 열더니 2만원을 꺼내, 내 손에 쥐어주었다.

"오호호호, 작은 성의에요..."
괜찮다고 하고 뿌리치자, 여자는 쉽게 포기했고, 갑자기 남자친구가 내옆에 바싹 다가와 이야기 했다.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음...), 술이나 같이 한잔 하시죠?"
"아니 됐습니다. 할 일도 있고...(아 가장 비참한 거짓말!) 가보겠습니다."
"아... 그럼 어쩔 수 없군요. 나중에 한 번 연락 주십시오. 꼭 술이나 한잔..."

도망치듯 그 연인사이를 빠져나오며, 함께 술 마시며 나눴을 대화를 떠올려 보았다.

"우린 아저씨가 소매치긴줄 알았어! 오호호호"
"아..네.. 제가 좀 험상궂죠."
"으하하하 이것도 인연인데, 제 술 좀 받죠."
"근데, 왜 영화를 혼자 와서, 두번씩 봐요? 오호호호. 역시 이상해.."
"아.."
"그 모자며, 체육복이..의심 안할수가 있어야죠. 허허허"

이런 대화를 생각해보니, 새삼, 세상엔 혼자서 다니기 위험한 공간이 분명히 존재하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들은 모래지옥처럼 평소엔 모래속에 파묻혀 있다가, 체육복을 입고 방황하는 개미가 나타나면 큰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구덩이 속으로 빨아들이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무서운 일이다.

그리고, 내가 그 모래지옥을 처음 만난 장소는 IMF 당시 딥 임팩트를 상영하는 영화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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