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note

homewritingbookpenpalmusicmoviediaryphotobbs

ID
PW

MEMBER 0
GUEST 0
 

name  :  snowcountry
file #1  :  weiqi.jpg (256.9 KB) Download : 91
subject  :  (글) 이창호에 대해


이창호 9단이 이번 춘란배 우승으로 바둑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한국바둑의 세계 대회 22연승이란 신기록도 아울러 이어가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이창호 9단의 스승인 조훈현 9단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전형적인 천재형 기사인 조9단은 이창호의 천재성을 묻는 질문에 고개를 젓는다.

'창호와 마주 앉아 몇 번 착수하는 걸 봤는데, 전혀 기재가 없어 보였어요. 번뜩이는 천재성도, 멋진 기교도 전혀 부릴 줄을 몰랐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자는 놀라, 다시 묻는다.

'그럼 이창호 9단은 천재기사가 아닙니까?'

조9단은 '네'라고 담담히 대답했다. 그리고 뒤이어 설명했다. 대개 스승과 대국을 하거나, 기력을 측정 받을때는 천재적인 기발한 수를 생각해 내, 자신의 기재를 뽐내는 사람이 있는데, 이창호의 바둑엔 그런 것이 없다. 그는 천재형 기풍을 가진 기사가 아니다. 그리고, 이9단이 대회에 나가 두는 바둑 역시 평범하기 이를데 없다.

'다만,'

그는 잠시 말을 멈춘 후, 차근차근 부연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조9단이 이창호를 가르칠 때 놀란 점은, 그가 이미 번뜩이는 재치였다고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모두 보고 있었음에도 그 자리에 두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매번 대국이 끝나서 그 점에 대해 물으면, 이창호 9단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고 한다.

'알지만, 확실한 행보가 아니면, 가지 않습니다.'

조9단의 말은 옳다. 이창호는 천재기사이지, 천재형 기풍의 기사는 분명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는 모든 초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완벽하며 철옹성처럼 단단한 기풍을 쌓아올렸다. 평범한 행보와 정공법으로 전세계 기사들을 무릎아래 굴복시켰다.

그러고 보면, 바둑은 현존하는 몇 안되는 과거 무림 환타지의 양식을 계승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진은 하남성 박물관에서 직접 찍은 춘추전국시대의 실제 바둑판)

17  <소설> 떠나는 거리  snowcountry 2004/10/24 1849
16  <소설> 모더니즘풍으로 퀵퀵 포스트모던 논하기  snowcountry 2004/10/24 1969
15  (인터뷰) 화장실에서 실업야구를 묻다. (2002년)  snowcountry 2004/10/24 2561
14  (시) 어느 전신주 참새의 죽음  snowcountry 2004/10/24 1917
13  (소설) 비오는 공항에서의 해후  snowcountry 2004/10/24 1934
12  (시) 민달팽이  snowcountry 2004/10/24 1845
 (글) 이창호에 대해  snowcountry 2004/10/24 1661
10  (글) 마음  snowcountry 2004/10/19 1850
9  (글) 까뮈를 추억함  snowcountry 2004/10/19 1814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 20 ..[21]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w-kwang / edited by cjda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