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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subject  :  자작소설-1)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들
처음부터 아버지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생각될 때가 많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며칠 전이었던가요. 남편이 저를 안은 날,  아주 낯익은 향기가 났습니다. 몸을 갑작스레 일으키는 바람에 남편은 침대에서 굴러 떨어질 뻔 했죠. 발가벗겨진 어린아이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그이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네요.

전 그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았습니다. 남편은 자기도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군요. 나쁜 냄새가 나는 거야? 샤워 했는데? 공항 탐지견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훑어나갔습니다. 당신 향수 뿌렸어? 아니. 남편은 괜스레 죄지은 사람마냥 눈치를 봤습니다. 아. 아?라니...... 전 다시 침대에 누웠습니다.

남편은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더니, 제게 팔베개를 해주며 물었습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잘까? 그냥 자자. 코끝을 그이 팔뚝에 파묻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기시감이란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냄새의 데자부는 정확히 뭐라 부르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렇듯 냄새 자체의 정체보다, 마법의 호리병처럼 뿌연 모래바람을 배경으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희미한 이미지를 바라보자니, 그것에 얽힌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져 견딜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그이의 살갗에 대고 깊게 숨을 들이마셔 보았습니다.

후각자체는 방향성이 없지만, 다른 감각을 동원하면 냄새가 흘러오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열심히 그이 몸에 코를 박고 숨을 쉬다보니 작은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잠깐 그 길가를 기웃거리다가 좁은 틈새를 비집고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나는, 잊고 있던 - 그러나 한때는 너무 친숙했던 - 냄새가 안내하는 길위에 서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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