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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subject  :  (여행기-4) 파리에서의 이틀

(다빈치코드로 더 유명해진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

한참 거리를 헤매다가 근처에서 Invalide역을 간신히 찾아, 루브르로 향했다.


파리에서 박물관을 보기 위해선 박물관 패스를 사면 좋다. 한번 구입으로 60여개 파리 박물관을 입장할 수 있다.


책에는 박물관 패스가 2일권 5일권이 있고, 관광안내소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다른 박물관 매표소에서도 하나같이 루브르박물관에서만 판매한다고 하니, 참고 하시기 바란다. 루브르역에서 나오면 지하통로가 박물관까지 연결되어 있다. 검색대를 지나면 바로 좌측에서 패스를 판매하는데, 2일권을 30유로에 샀다. (1일권은 없다.)




(시계방향 : 지하의 역피라미드, 박물관패스, 강의듣는 학생들, 박물관 광장)

 



루브르 박물관은 그 규모와 소장품이 엄청나기 때문에, 미술학도나 문명사학자가 아니라면 명작위주로 감상을 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안내책자를 들고 낯익은 작품들을 찾아다녔다.




(사랑의 ~ 비너스~...가 아니라, 밀로의 비너스 상)


(다비드의 나폴레옹 대관식... 후레쉬만 터트리지 않는다면, 촬영은 자유롭다)


 


그리고 미술책에서만 봐오던 사모토라케의 "니케"상을 봤을 땐 어쩐지 신이났다. 여체의 아름다운 곡선과 시폰 드레스처럼 하늘하늘 펄럭이듯 몸을 감싼 천들, 금방 하늘로 날아오를 듯 날개를 올려접는 역동성은, 과연 승리의 여신다운 모습이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말이 실감난다. 예술과 학문에 대한 사랑이 깊을수록 그는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그가 느끼는 감동은 배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입만 해놓은 서양미술사(EH 곰브리치作)를 읽으며, 지난 감동을 되살려야겠다는 다짐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어쩐지 고등학생 일기풍...이군...후후)




(비상할듯 힘차며 아름다운 니케 상)

루브르에서 나와 콩코드 광장쪽으로 걷다가 빵을 사먹으며 쉬었다. 파리의 참새들은 비둘기처럼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아서 테이블위에 빵조각을 던져도 잘 쪼아먹는다.


(내가 떼어준 빵을 먹는 파리참새와 샌드위치 체인점 PAUL)

내가 생각하기에 공원전체의 조류비율은 비둘기 1, 참새 1, 갈매기 3 정도랄까? 세느강에 사는 갈매기들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대신 사람들이 던져주는 비둘기 모이나 빵가루들을 열심히 먹어대고 있었다.



(왜 하필 내 머리에 앉아있는 거니?... 좌절모드인 공원의 입상과 초연한 갈매기)

빵을 먹고 오르세 박물관을 향해 어슬렁 어슬렁 걷다보니 분수주변에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감는다.

어쩐지 평화로운 기분이 든다. 이번 여행 바로 전까지 무척 지쳐있었다. 빨래판에 문질러서 아무렇게나 널어놓은 천조각처럼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었다. "인생에 정상참작이란 없는 것 같다."란 말을 많이했다. 아무리 열심히 살고, 노력하고, 도덕적이며 양심적이었다해도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보장받진 않는다. 특히 이곳의 안개처럼 자욱하기만 한 우리네 삶이 그렇다.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사람보단, 온실속 화초처럼 자라, 눈물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행복하다.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했다고 그 결실을 보게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세상논리로 대충 눙치며 살아온 이들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는게 이곳의 룰이다. 그리고 우리는 늘 죽음을 떠안고 산다. 죽음조차 평등을 담보하지 않는다. 정상참작없이 소중한 이들을 앗아가 버린다.




( 분수주변에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감는다.)

 


얼마전 회사 선배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의학 정보와 신약을 구해다 주시고, 늘 신경써주던 고마운 분이었다. 내 얘기끝에 그 분은 이렇게 말했다.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니,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 때가 많아. 어떤 사람은 사람처럼 생각이 안될 정도로 형편없는 경우도 있지. 과연 그런 사람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좋은 사람과 만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야. 네 모습을 보면서 너희 부모님이 어떤 분이셨겠구나...란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말이지.
난 종교가 없어. 물리학과를 나온덕에 요즘 나오는 대통일장 이론논문들을 관심있게 보고 있는데, 대통일장 이론은 우주의 생성과 그 에너지를 아름다운 수학적 공식으로 탐구하는 학문이지.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는 11차원에 해당한다고 해. 우리가 아는 건 기껏해야 4차원인데 말야. 그럼 나머지 7차원의 세계란 과연 어떤 것일까? 인간이란 정말 살다가 죽어서 없어지면 끝인 존재일까?란 생각이 들어. 죽으면 끝인게 아니라 그 너머의 어떤 세계가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말야. 그 세계에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평온히 살 수 있지 아닐까? 그러니 정상참작이 없다는 생각같은 건 버리고, 힘내라."


 


혼자 여행을 하면 자신과 어쩔 수 없이 마주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한가지로 모이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는가? 이 질문은 곧 나 자신이 자신인 것이 좋은가 좋지 않은가?로 귀결되고, 그 해답은 여행으로도 찾을 수 없다. 그것은 내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의 눈으로 판단할 문제다. 왜 정상참작도 없는 세상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란 질문을 다시 묻는다면, 적어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란 하나의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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