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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subject  :  (여행기-5) 파리에서의 이틀

[시계방향 : 오르세 미술관 입구, 공부하는 학생들, 부르델作 '활시위를 당기는 헤라클레스', 천장벽화]


오르세 미술관은 마네, 모네, 세잔같은 인상파 작품계열과 밀레의 '만종'이나 소수지만 클림트, 고흐와 고갱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친숙한 장소다. 역사를 개조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크지는 않지만 다양한 전시실을 만들어두어 아기자기하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입구에서 바라본 오르세 미술관 내부, 역에서 볼 수 있는 돔모양으로 되어있다]



만약 파리에서 대표적인 3곳의 미술관을 구경한다면,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센터 순서가 개인적으로는 좋은 것 같다. 시대적으로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미술로 이어지는 시간배열형의 감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박물관 패스는 오르세나 퐁피두센터에서의 특별전에는 입장할 수 없으니 참고.



[마네 '피리부는 소년', 아모리 듀발 'Madame de Loynes']


오르세에서 나와 세느강을 건너와 콩코드 광장으로 간다. 3,200년 됐다는 오벨리스크가 눈에 들어온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프랑스혁명과 로베스피에르로 대표되는 광장이다. 지금은 차들이 지나는 복잡한 도로 한복판에 놓여져 있어, 1119명이 이곳에서 단두대로 사라졌다는 느낌은 남아있지 않다.  


[오벨리스크... 도로가 뚤려있어 콩코드 광장은 없어진 것과 다를바 없다]




[콩코드 광장으로 가는 길목에는 크레페 가게가 있는데, 무슨 입장권을 사듯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크레페를 사먹는다. 물론 나도 초콜릿 크레페를 먹었다. 진한 초콜릿이 무척 맘에 든다.]



콩코드역에서 전철을 타고, 퐁피두 센터로 갔다. 그런데 줄이 너무 길다. 한참 줄을 서서 가방 검사까지해서 들어간 곳은 퐁피두센터 미술관이 아니라, 도서관이었다. 이왕 들어간거 다시 나오기가 아쉬워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대부분 대학생과 일반인들로 보였고, 딱 도서관이다!라는 분위기가 스며나온다.

다시 일층으로 내려와 퐁피두 센터 미술관쪽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시실로 들어간다. 퐁피두 센터는 현대 미술 위주로 전시가 되어있다. 20세기부터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사진과 영화라든지 TV와 같은 영상매체를 활용한 다수의 실험적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찌보면 정적인 미술의 개념에서 벗어나, 움직이는 그림 또는 실상을 그대로 재현해낸 사진이란 재료가 미술가들에게 새로운 과제이자 돌파구로 인식되었음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퐁피두 센터 내부, 양측으로 전시실이 줄지어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TV에 갇혀있던 영상을 아예 밖으로 끄집어내, 우연성과 공간전체에 움직임을 담아낸 설치미술인 끌로드 레베크의 작품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온통 핑크로 둘러싸인 방안에 역시 붉은 하이힐이 놓여져 있고, 미니멀뮤직을 연상시키는 단조롭고도 평화로운 음악이 반복된다. 현대 예술이 "아름다움"과는 유리된 채 철학과 형이상학의 깊은 세계로 빠져들며 '저급한 한탕 컨셉주의'(좀 심한가?)로 빠져들거나 말거나, 나같은 관객은 거대한 하이힐 한짝을 바라보며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몽환적 분위기를 즐길 뿐이다.



[클로드 레베크의 2003년도 작품]

[동영상보기]




어쩌면 내가 현대미술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생겨난 데는 우리나라 작가나 화단의 웃기지도 않는 풍토에 기인한게 크다. 의미없는 작대기를 그려놓거나, 점을 찍어놓는 추상미술이나 초현실주의 계열 작가들의 전시책자를 보면 하나같이 출신대학과 유학한 대학소개가 이력입네...하고 들어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철학에 대한 얕은 인식수준과 한계를 드러내는 말로 섞어 장황하게 설명한다. 이런 것은 비겁하고, 치졸하며, 자신감 없는 태도다.

무릇 모든 예술에 몸을 담은 이들은 작품 자체에 대한 독립성을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거기에 구구절절한 설명을 덧붙여봤자 작품의 지평을 축소시킬 뿐이다. 국내 작가들이 유치원생들처럼 '저건 새고, 이건 하늘이고...'하는 식의 설명을 붙이거나, 난 홍대미대나 서울미대를 나왔어...라고 떠드는 것은, 적어도 그들의 작품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가치조차 없다는 방증에 지나지 않는다.



[97년도 광주비엔날레에서 만났적 있었던 모나 하툼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때 만나던 여자아이가 광주에 살아서 함께 갔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면 대학생이었던 당시의 나는, 이런 설치미술 작품들을 꽤나 담백하고 진솔하게 받아들였던 듯 하다. 연애를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내 윗침대를 쓰고 있던 사진작가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유럽의 건물양식을 찍어오는 출장중이었던 그분은, 파리를 마지막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번 출장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청담동에 스튜디오를 개업하기로 하셨단다. 그리고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자, 가족들이 몹시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사진과 여행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만나서 소주나 한잔 해요! 여행은 고되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참 좋네요.' 겸손함과 신사다움이 몸에 밴듯한 그분 제안에 동의하며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내일 본격적인 출정을 앞두고 다소 긴장되어있던 마음은 좋은 분과의 즐거운 대화로 한껏 누그러져 있었다.



[세느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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