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note

homewritingbookpenpalmusicmoviediaryphotobbs

ID
PW

MEMBER 0
GUEST 2
 

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subject  :  (여행기-7) 룩셈부르크시티, 윌츠, 브뤼셀


(룩셈부르크 왕궁의 정경)


누가 깨운것도 아닌데, 시차때문인지 잠에서 빨리 깬다. 덕분에 고요한 유럽의 새벽을 즐길 시간이 생긴다. 일어나자마자 짐을 챙겨 룩셈부르크시티로 향했다. 밤에 봤을때와는 달리,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기전 작지만 현대화된 마을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곳엔 EU재판소, 의회, EU은행등이 즐비하다. 과연 EU의 중심이라고 할만하다.


시내에 진입해 차를 주차시켜놓고, 주차기에서 주차권을 뽑으려는데 잘 되지 않는다.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주말에는 무료주차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덕분에 한층 기분좋게 룩셈부르크 시티 관광을 시작한다.





(아름다운 아돌프 다리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 사실 룩셈부르크 시티를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로모사진기로 찍은 사진들이 인화에 실패했다. 아돌프 다리는 구시가와 신시가지를 연결한다.)





룩셈부르크 시티는 룩셈부르크라는 나라처럼, 작지만 예쁜 도시다. 어제 운전대를 잡고 저주를 퍼붓던 곳과는 영 딴판이었다. 관광지라고 할 수 있을만한 곳도 거의 한곳에 집중되어 있어, 가벼운 차림으로 걸어서 여유롭게 관광하기에 딱 적당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왕궁 앞쪽 광장에선 장이 서고, 관광객과 시민들이 어우러져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크리스마스 양초나 트리장식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길거리 음식을 사서 먹는 동안엔 작은 야외 콘서트홀에서 브라스 밴드가 캐롤을 연주해준다.


국립박물관 근처에 다달았을 때, 신랑 신부가 야외촬영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결혼식 야외촬영을 하는 것도 놀라웠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사진사, 화장 고쳐주고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는 도우미, 신랑, 신부 모두 그 구성이나 시스템이 흡사했다는 점이다.





근처를 지나던 한무리의 깃발관광단이 힘든 촬영을 마치고 차에 올라타는 신랑 신부에게 박수를 쳐주며 축하해 준다. 어쩐지 나까지 흐뭇해지는 기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이 야외촬영엔 이런 내막이 있을지도 모른다.

- 신랑 : 아휴... 날도 추운데, 이게 웬 생고생이야.
- 신부 : 당신은 뭐가 춥다고 그래? 나 위해서 사진 몇장 못찍어 줘?
- 신랑 : 그거면 말을 안하지.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고 이젠 박수까지
            치잖아. 난 솔직히 챙피하다구.
- 신부 : 어머! 자긴 나랑 결혼하는게 챙피해?
- 신랑 : 내가 언제 그랬어? 난 그냥...
- 신부 : 흑... 우리 엄만 사진찍고 오면 당신 몸녹여준다고 따뜻한
           양송이 스튜까지 준비했는데... 흑흑... 너무해...
- 신랑 : 미...미안해... 나 알잖아... 숫기 없는거...
- 신부 : .......
- 신랑 : 난 당신과 단둘이 있고 싶어서 투정부린거야... 정말 미안해.
           어!  저기 봐봐.. 저 동양인 말야. 여기에 혼자 왔나봐
- 신부 : 피이... 저렇게 외롭고 불쌍한 신세 안되게 해줬더니,
           울리기나 하구...
- 신랑 : 맞아. 맞아. 우리 베이비가 없었으면, 나도 저 동양인처럼
           휴일에 박물관 근처에 혼자 어슬렁 대고 있었을거야...
- 신부 : 히히.. 고맙지?
- 신랑 : 응.. 고마워... 알라뷰...
- 신부 : 진작 그럴것이지.. 근데 오빠... 저 동양인 정말 혼자 온걸까?
- 신랑 : 그러게... 정말 안쓰럽다... 우린 영원히 떨어지지 말자...
- 신부 : 응... 뽀뽀...(후루룩 쩝쩝..)




(룩셈부르크 국립 박물관)



룩셈부르크 국립박물관은 이 나라의 특징을 잘 반영한 듯, 깨끗하고 아담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유물을 전시해뒀다. 지하에서 지상을 따라 시대순으로 석기시대 유물부터 시작해서, 중세 유물 및 회화가 전시되어있다. 가방을 코인락커에 넣어두고(티켓판매소 뒷편에 있음) 구경하면 더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나름대로 아침 일찍 움직인 탓에 꽤 많은 구경을 했음에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나는 내친김에 아르덴 침엽수림으로 유명한 윌츠를 거쳐 브뤼셀로 진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윌츠는 말 그대로 하이킹에 적합한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그러나 사실 윌츠의 백미라면 이 도시 자체라기 보단, 그곳으로 향하는 국도변에 높이 솟은 고목들이다. 시끄러운 관광도시들을 여행하다가 지친 사람들이라면, 마을을 찾는 길에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풍경에 피로에 쪄든 감성이 회복됨을 느끼게 되고, 더불어 조용한 마을에 들러 푹 쉰다면 새로운 힘이 솟을 듯 하다.




(윌츠는 산 정상 조금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중심가엔 룩셈부르크의 꺄르르 꺄륵푸라 할만한 대형할인마트 '매치'가 있다. 이곳은 물건 값도 쌀 뿐아니라, 재밌는 제품도 많이 있어서 선물을 사기에 제격이다.)


오후 3시경, 몇가지 식료품을 차에 싣고, 바스통으로 운전대를 꺾었다. 하늘이 어둑해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마을 초입에 차를 세워두고 밖으로 나왔다.
후드티를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하얀 입김을 뿜으며, 윌츠의 꼭대기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체질이라고 생각했지만 몇가지 후회들, 상념들이 아르덴 삼림의 안개비를 따라 뿌옇게 일어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어쩐지 길을 잃을 것 같은 예감이 불현 찾아왔지만, 그냥 조용히 비를 맞고 서 있을 뿐이다.




125  의지, 의욕? 또는 의식의 과잉?  snowcountry 2007/03/22 1872
124  인간의 정의  snowcountry 2007/02/13 2054
 (여행기-7) 룩셈부르크시티, 윌츠, 브뤼셀  snowcountry 2007/01/17 2231
122  (여행기-6) 네번의 불운과 한번의 행운, 룩셈부르크 편  snowcountry 2007/01/12 2185
121  (여행기-5) 파리에서의 이틀  snowcountry 2007/01/10 2098
120  (여행기-4) 파리에서의 이틀  snowcountry 2007/01/07 2062
119  (여행기-3) 파리에서의 이틀  snowcountry 2007/01/02 2038
118  (여행기-2) 여행의 시작  snowcountry 2006/12/29 1941
117  (여행기-1) 서문에 부쳐  snowcountry 2006/12/27 1882
[1][2][3][4][5][6][7] 8 [9][10][11][12][13][14][15][16][17][18][19][20]..[21]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w-kwang / edited by cjda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