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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snowcountry
homepage  :  http://www.musenote.com
subject  :  창조의 진리
창조의 작업이란 은밀하다. 신이 세계를 창조한 시점부터, 우습게는-역설적이게도 누구도 그 상황에선 웃지 않겠지만- 인간이 자신의 2세를 만들거나, 나처럼 식탁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순간까지 말이다.

이들은 모두 어두컴컴한 시공간을 전제로 한다. 어둠, 무질서, 부도덕, 타락, 은밀함, 비밀의 이미지는 놀랍게도 창조 작업에 동참한 모든 이에게 드리워진 그림자다. 하여 존 업다이크는 창작 방법에 대한 설명을 정중히 거절하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비법을 안다면, 난 그걸 혼자서 알고 있을 겁니다. 안 그러면 업계가 너무 복잡해지니까 말입니다.’


이 은밀한 고백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가? 과연 창조를 관통하는 비법이 존재할까?


사르트르가 인간을 실존의 영역을 향해 내던졌을 때, 인간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등생명체이자  인간의 이성을 무릎 꿇리고 그저 거기 있다는 것에서부터 의미를 찾기 시작한 것은 놀라운 선언이었다. 유일하게 신이 숨결을 불어넣은 피조물이라는 점 대신, 진흙 덩어리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진의는 언제나 현상의 이면에 숨어있다. 사르트르가 진정 하고 싶었던 말도 진리에 대한 힌트였다.  

요컨대 사르트르의 관점을 달리 적용시켜 본다면, 실존주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에 주목한 지식인들의 반응을 살펴봐야 마땅하다. 프랑스에서는 정작 시큰둥한 포스트모더니즘이 하나의 인문학적 유행으로 세기말을 휩쓸고 갔음을 떠올린다면, 역시 어둠이 생각난다. 대수롭지 않은 선언이 시공간에 절묘하게 섞여 들어가 포장리본을 달고 나온다. ‘올 가을의 유행은 검은색입니다.’라는 식으로 유행을 창조하는, 지식산업의 패션디자이너로서 그들은 놀라운 연기력을 발휘한다.

창조와 어둠의 공생은 앞서 말한 ‘대단한 비법’을 양분으로 삼는다. 그 해답은 어이없게도 유치함이다. 실존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아닌 인간처럼, 유치함 외엔 아무것도 아닌 작품을 숨기기 위해 이른바 창조자는 최선을 다해왔다. 그것은 역사에 걸쳐 심오한 명분을 걸고, 인간의 양심에 반해 치러졌기에 거대한 십자군 전쟁을 연상시킬 정도다.

때로 카프카처럼 심약한 작가는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부끄러운 작품을 불태워달라고 애원했다. 좋은 마음으로 나쁜 작품을 쓴다고 했던 다자이 오사무는 유치함과의 심적 대결을 그린 양심선언적 소설을 쓰기도 했다. 이 세상에 대단한 사건이나 명백한 진리 따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간을 진흙덩어리의 위치로 끌어내린 시점에, 이성도 초인도 무너져 내렸다. 창조자로서의 작가가 유효한 것은 위대한 인간 신화의 종말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다.

말라 비틀어진 진흙이 여전히 신의 호흡이 담긴 성체라고 여기는 사람은 속을 준비가 된 자들이다. 그러나 노골적인 선동은 고상한 인류의 지적 취향에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프랑스 제2영화학교 출신 감독들은 센티멘털의 중력에서 1밀리조차 떨어질 힘도 없음을 알기에 조각난 플롯이나 힘이 잔뜩 들어간 미장센으로 유치함을 덮기에 급급하다. 소설가 역시 단순하게 속이 드러나 보이는 스토리 텔링위주 대신 플롯이나 문체를 기준으로 삼으며, 대중을 속이는 기술로 문학성을 평가한다.

요즘 나의 솔직한 심정은 이런 것이다. 카프카는 역시 이 유치한 발언을 이렇게 정리했다.
‘기술이 예술을 필요로한다는 것 이상으로, 예술이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오늘에야 깨달았소.’
자 그렇다면, 누가 더 유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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